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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집을 보다/장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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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집을 보다


ㅡ 장철문


배밭에 바람 흔적이 있다

가지에 푸른빛이 돈다
흙바닥에 푸른 기가 있다

이런 날은 시를 읽어도 소용없다

햇살이 하늘뿐 아니라
이 몸통이나, 나무와 바윗덩이와
길을 투과하고 있다

없는 씨앗에서도
싹이 돋겠다

아내도
햇살 핑계로
누굴 만나러 나간 오후다

두 산등성이가 내려와 맞닿는 곳에서
먼 산이 가깝다

깊은 산에 노루가 개처럼 짖겠다


― 시집 『산벚나무의 저녁』(창비,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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