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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의 코렉터(cor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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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의 월요묵상]
코로나19는 내 삶의 루틴을 어떻게 바꿨나

(서울=뉴스1)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 2020.03.30

누군가 지난 23일 빌 게이츠 이름을 사칭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무엇을 우리에게 정말 가르치고 있나?'라는 글을 이메일과 왓츠앱을 통해 감염병처럼 퍼뜨렸다.

그는 이 위기의 배후에는 '영적인 목적'이 있고 바이러스를 인류가 잊고 있었던 중요한 가치를 알려주는 '위대한 조정자'(the great corrector)라고 주장했다.

그가 사용한 단어 '코렉터'(corrector)가 내 주위에서 한참 머물렀다. '코렉터'는 자신의 삶을 깊이 응시해 왜곡된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일직선으로 가지런히 펴려는 수고다.

21세기는 IT기반의 인터넷, 휴대폰, 그리고 소셜 미디어와 같은 색다른 문명의 이기(利器)들의 시대다. 이 기계들은 사는 우리의 오감을 적은 돈을 들이고 즐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인류는 색다른 물건을 추구하고 열광하면서 진화해왔다. 도구, 불, 문자, 배, 비행기, 자동차와 같은 기계들은 우리에게 편함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21세기 기계들은 이전의 이기들과 전혀 다르다. 우리는 손가락의 터치만으로 심리적인 불안과 불편을 덜어주는 쾌락을 눈앞에 가져올 수 있다.

그런 좋은 것엔 반대로 나쁜 것도 있기 마련이다. 만일 내가 하루의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손에 쥔 휴대폰에 할애한다면, 나는 휴대폰의 노예다.

현대인들은 하루에 평균 3시간 휴대폰을 쳐다본다. 그 시간의 양은 인생의 1/8, 즉 평균수명을 80년으로 잡는다면 10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휴대폰을 보면서 인생을 허비한다.

인간은 그가 자주 하는 '그것'이다. 기원전 6세기 에베소 철학자 헤라클리토스(Heraclitus)는 한 사람의 운명이나 천재성은, 그 사람의 습관이라고 말한다.

식사와 잠 같은 생존을 위한 습관들을 제외하고, 자신의 삶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용한 습관들이 있다. 오감을 일시적으로 자극하는 쾌락자극은 종종 자신을 해치는 중독으로 이어져 온전한 삶을 유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괴물이 되기 십상이다.

내일의 나를 만들기 위한 행동들이 있다. 만일 내가 그 행동들을 구별된 장소와 시간을 통해 반복하고 나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그것들은 습관이 돼 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구별된 습관은 내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원칙(原則)이다. 그 '원칙'이란 말에서 끝나는 거짓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고 반복과 인내를 통과할 때 만들어지는 추상이다. 그것이 나의 습관이 되면, 그 습관이 나를 구성하는 모든 DNA를 천천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개조한다.

그 원칙은 철학사상이나 종교교리가 아니다. 이런 것들은 대개 말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말이란 행위로 이어질 때, 아니 말과 행위가 일치할 때, 비로소 참다운 말이며 진리(眞理)다.

진리는 내가 소중하게 여겨 내 삶의 최우선순위가 된 어떤 것이며, 나의 정성을 요구하고 내가 기꺼이 최선을 기꺼이 헌신할 수 있는 성배다.

내 삶을 가만히 돌아보고 그런 습관이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직도 내겐 떨쳐 버려야 할 나쁜 습관들이 남아있지만, 그나마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이것들이다.

조용히 나를 응시하는 명상, 몸과 정신 전체를 차리게 만드는 산책과 인내의 한계를 경험하게 만들어 주는 달리기, 생각을 다듬어 여러분들과 공유하는 글쓰기, 그리고 나의 무식을 확인하는 독서다.

요즘은 식사를 이 범주 안에 들여놨다. 먹은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 먹어야 할 때와 절제해야 할 때, 타인과 같이 식사를 해야 한다면, 거기에 알맞은 예절이다.

이런 습관들을 하나로 엮는 보이지 않는 실이 있다. '루틴'(routine)이다. 루틴에 대한 적절한 우리말 단어가 생각하지 않아 굳이 풀어서 설명하자면 '10년 후 내가 되고 싶은 미래의 나를 위해 매일 매일 연습하는 간절한 행동'이다.

내가 매일 하는 것을 조금씩 바꾸기 전에는, 내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 짧은 인생을 살면서, 성공을 기약하는 유일한 비밀은 매일하는 루틴이다. 그 사람이 매일 하는 것을 보면, 성공한 사람인지 아니면 실패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여기서 성공이란, 자신이 보기에 괜찮은 삶이다. 성공이란, 자신에게 괜찮은 것들을 선택하는 혜안이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안 하는 용기이며, 그것들을 하루 의무로 편입시켜, 몰입할 때 오는 성취감이다.

<사진 파일 첨부>*****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1947~)은 자신의 자서전인 '글쓰기에 관하여: 글쓰기에 관한 회상'(On Writing: A Memoir of the Craft)이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일 내가 매일 글을 쓰지 않으면, 등장인물이 내 마음속에서 점점 김이 빠져, 그들이 진짜 사람이 아니라 단순히 등장인물로 전락한다. 진리는 이것이다. 내가 글을 쓸 때는, 하루로 빼먹지 않고 매일 쓴다."

글 쓸 소재가 매일 매일 신선하게 떠올라서 쓰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습관인 루틴이, 킹의 글을 점점 흥미롭게 만든다. 그것은 바닥이 없는 깊은 우물을 계속 파고 들어가 이전보다 신선한 샘물을 긷는 사람이다.

킹에겐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글쓰기를 루틴의 대상으로 삼았다. 루틴을 삶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중요한 과업을 찾아야 한다.

그 과업은 나의 신명을 불러일으켜 기꺼이 상당한 시간을 그 과업에 바칠 수 있다. 하루 일과가 그 루틴을 기준으로 조정되기 때문에, 그 외 다른 산만한 일을 하던 습관들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해 급기야는 소멸한다.

루틴은 마라톤 선수가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몸풀기와 같다. 몸풀기는 42.195km를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술이며 주문(呪文)이다. 루틴은 배우가 자신의 연기를 무대로 올리기 위한 수많은 예행 연습이다.

루틴은 우리에게 하루를 시작하는 황금시간인 시간을 요구한다. 자신이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루틴이 됐기 때문에, 하루의 첫 시간은 그 루틴을 시작하지 않더라도 루틴을 준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루틴과 상관없는 일, 혹은 파괴하는 일을 한다면, 그는 그날 완수하고 싶은 임무의 성과를 보장받을 수 없다.

루틴을 하루의 굳건한 일과로 만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침 일찍 눈을 감고 자신이 해야 할 루틴을 상상하고 복기하는 명상(瞑想)이다. 이른 아침 명상은 루틴을 준비하는 의례이며, 잠자기 전 명상은, 그날 자신이 행한 루틴을 평가하는 의례다.

'루틴'이란 영단어는 '여정 중 가야 할 길'을 의미하는 '루트'(route)와 명사형 어미 –ine가 접미한 합성어다. '루트'란 무엇인가? 내가 오늘 마쳐야 할 구간은 무엇인가?

'루트'는 라틴어 동사에서 '파괴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룸페레'(rumpere)의 여성형 과거분사 '룹타'(rupta)에서 유래했다. '루틴'은 습관적으로 해오던 행위의 무의식적인 반복이 아니라, 내가 될 미래를 위해 나의 과거를 파괴해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간절함이다.

내가 독립적이며 사적으로 정한 소중한 루틴은 코렉터의 내용이다. 오늘 준수해야 할 루틴은 무엇인가? 그 루틴은 구태의연한 자아를 수정하고 새로운 자아가 되기 위한 새로운 길의 모색인가?

코로나19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 수 있는 100년 만의 코렉터다. 당신은 무엇을 조정하시겠습니까?. 그리고 무엇을 자주 하시겠습니까?

출처
https://www.news1.kr/column/view/?30&3889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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