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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 23:35

붉게 물든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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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제목이 참 멋있습니다.
이번 시 토론회는 제목만 들어도 심쿵입니다.

이 시에는 두 가지 대상이 나옵니다.
하나는 새의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탑차가 인도를 덮친 사건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주대상인가에 대한 혼란이 오고 시가 모호해졌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새의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의견(서강님).
“나무는/마지막 잎새 하나/툭/떨구고 하늘만 바라본다”라는 연은 어찌할 수 없는 절망감을 표현해서 시적이라고 하십니다.

“유리창에 부딪힌 새가/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다”에서 ‘누워 있다’라는 표현은 스스로라는 능동적인 의미를 주므로 여기서는 새가 부딪혔으니까, ‘떨어져 있다’거나 ‘툭 떨어졌다’ 등이 어울릴 것이라는 말씀.
"그 옆을 지키며 울고 있는/새 한 마리”에 ‘또’ 한 마리 새 정도로 구분하면 좋겠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깨어나라/깨어나/이제 그만 일어나라”라는 표현은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명령하는 자와 명령을 듣는 자의 구분이 없어 모호할 수 있다는 지적.

그래도 새가 깨어나게 된 건 다행입니다요^^
“서서히 움직이는 날개/햇살이/비눗방울처럼 흩어지는/건물 사이로 사라진다”에서
“비눗방울처럼 흩어지는”이라는 행이 건물과 연결되나 싶어 갸우뚱했습니다.
시인의 깊은 뜻을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새는 날아서 건물 사이로 사라졌다는 것은 분명하지요.
그렇다면 마지막 연은 “어둠이 쌓인다”라고 하기보다
광명, 밝음, 해방, 구원 등의 이미지를 주는 쪽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씀도 주셨습니다.
새를 걱정하는 시인의 모습으로 tlfmf 끝맺음하려고 하신 듯 합니다만
시의 일관성을 생각한다면 새의 밝은 미래, 자유 등을 암시하는 표현이 더 좋겠다는 말씀.
전체적으로 “시적 발상이 좋다”고 모두들 입을 벌렸습니다.
예전에 쓰신 자연을 벗하는 시나 손주들과의 생활시보다
훨~~ 깊이가 있는 시를 탄생시키셨습니다.
시인의 감성이 흠뻑 느껴졌습니다.

첫 연에서 “우주가 흔들리는 소리”가 “쾅” 정도로 난다는 것은 어색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우주가 흔들리는 엄청난 소리는 우리가 들을 수도 없고 감지하기도 힘들어, 이러한 표현이 자칫 작의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말씀.
과장할 경우에는 리얼리티가 깨어지고 오히려 감정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조언이셨습니다.
시인들이 “우주”라는 용어를 시에 끌어넣는 것은 이성선 시인의 <미시령 노을>에서부터가 아닌가 말씀하셨는데요....
참고로 그 시를 소개합니다.

미시령 노을
/이성선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전체 4연입니다. 시인은 설악산 자락에 오래 기거하면서,
자연을 벗하며 사셨는데 <미시령의 노을>을 무수히도 보셨나 봅니다.
그날도 그러하셨으리라 짐작합니다만
어느 순간, 나뭇잎 하나가 시인의 어깨에 내려앉았다는 것인데
그 순간 우주가 시인의 몸에 손을 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시는 말합니다.
그런데 그걸 “가볍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게 조화로워서 그러셨을까요?
한량없이 가볍고 투명한??
아니면 우주의 이치를 다 깨달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일까요?
저 같은 속인은 이 시를 접했을 때, “왜 그럴까?”라는 의문으로,
이 시를 밀쳐둔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시인의 이 느낌을 절반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라면 “장엄하다”라고 표현하거나 레퀴엠을 떠올리거나 그랬을 텐데 말이지요.
이성선 시인은 아마도 문리(文理)가 통한 경지이셔서 그런가 봅니다.
우주가 나뭇잎으로 구체화되어 시인을 건드리는 느낌?
그 장엄한 우주가 슬쩍 시인에게 뭔가를 시사해주는 느낌?
결코 어렵지 않다는 자연의 이치? 조화, 안정, 질서?
올해 회장직을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던 조르바의 일상 키워드는 ‘울부짖음’이었기에
이와 같은 선시(禪詩)가 이해될 리 없겠습니다.
해안님의 혜안으로 후에 제게 가르쳐 주세요.^^
교수님께 차마 우문을 던질 수도 없고 해서....

********
아니믄....
이 글을 읽게 될는지도 모를
자연에 묻혀 사는 두칠이가 대답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두칠님은 지금쯤 주무실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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