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19를 소재로 해서 작금의 상황에 대한 충격과 두려움을 잘 드러냈다고 느꼈습니다.
꽃놀이 금지/ 결혼식 취소/ 외출 금지령/ 화장터/ 운구 행렬 등의 단어가
일상이 되다시피 한 현실이, 인륜에 비춰볼 때
한탄스럽기까지 한 시인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이디 님께서 상큼하게 모럴 전도(顚倒)를 시도하셔서
봄을 장례식장으로 표현했다는 것도 새로웠습니다(조르바).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시적 거리를 두어야 독자에게 상상의 공간이 생길 수 있는데
여기서는 정직하게 써서 시의 재미가 덜하며 상상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하십니다.
“세계는/ 코로나19로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라는 연이나
“tv에서는 ~~”의 내용
“2020년이 사라졌다”라는 행에서 사실이 기록되고 있으므로
시가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이나 현실을 살짝 비켜 가면서 앞으로 우리가 겪을 재앙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좋겠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서강님).
2. “봄은 세상에 차려놓은/ 거대한 장례식장”이라는 의미가 모호하다는 말씀.
funeral of the spring(봄을 장례하다)이란 뜻인지
funeral in the spring(봄에 장례하다)이란 뜻인지 궁금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봄이란 계절이 '세상이 차려놓은 거대한 장례식장'이 되어버렸다는 의미인지
봄에 '세상에 차려놓은/ 거대한 장례식장'을 화자가 보는 것인지
그런 말씀이신 듯합니다.
3. 교수님께서 예로 드신 시는
“탱크의 캐터필러가 저미고 간 대지 위를/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간다”라는 이미지로 한국전쟁의 비극을 묘사한 장만영 시인의 시였습니다.
“탱크의 캐터필러 : 노랑나비 한 마리”
이 끝내주는 대비가 시적 긴장뿐 아니라 시에서 이미지를 확연하게 드러낸 좋은 예라고 하셨습니다.
물빛 홈피의 번호 12740에 침묵님이 올리신 내용이 있어 그대로 옮겨 봅니다.
2003.10.01. 침묵님께서 회장 맡으셨을 때의 기록입니다.
**침묵님이 남기신 기록**
현대시에서 제일로 치는 것은 시적인 긴장이다.
이 시적인 긴장이 현대시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시적인 긴장을 주려면 외연과 내포의 차가 커야 한다.
즉 외연과 내포의 거리가 멀어야 한다.
intension(내포) 과 extension(외연) 사이가 바로 tension(긴장)이다.
예로서
접시 - 과자 ⇒ 접시에 과자가 담겨 있는 것은 뻔한 것이므로 긴장이 안 된다.
접시 - 돼지 ⇒ 접시 다음에 돼지가 온다면
접시와 돼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긴장이 온다.
같은 예로서
엄마 - 아빠 - 누나 ⇒ 너무 가까우므로 긴장이 없다.
엄마 - 아빠 - 구렁이 ⇒ 구렁이가 갑자기 나오니까 긴장이 생긴다.
시를 예로 들어본다면
<탱크의 캐터필러가 저미고 간 대지 위를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간다 >
여기서
탱크, 라는 것은 광물질로서 무겁고 전쟁의 이미지이며
이러한 이미지에다 노랑나비, 라는 아주 가볍고 서정적인 것을 대비시켜서
강렬하게 호소하고 있다.
즉, 전쟁 대 평화, 를 대조적으로 하여 좋은 이미지가 되었다.
내포와 외연의 편차에서 오는 긴장도 있고
새로운 느낌의 시적 울림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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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님, 이렇게 자상하고 명료하게......... 찍어내시다니요.^^
잘 새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