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는 선생님의 소설을 출력해서 가방 속에 넣고 다니다가, 읽게 되었습니다. 서대문 버스정류장에서 은평등기소까지 가는 길이었어요. 그렇게 오가면서 두번을 읽었습니다. 35년 전에 쓰신 것이라는데, 읽는데 어색하게 느끼는 곳은 없었습니다.
선생님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언젠가 시인 이옥진 씨가 제 시집을 읽고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제가,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몰랐었는데, 선생님 시 <칼같은 기쁨>을 읽어보니, 제가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더군요. 저는 그 시인의 말에 수긍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사는 것이라면 저 또한 선생님의 영향이 없을 수 없겠지요. 선생님의 작품에서는 언제나 찰나의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예전에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때 하셨던 말씀, 현상학자의 안목을 보게됩니다. 아주 작은 사건도 선생님의 시선에 포착되면 연금술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는군요. '평범이라는 의상을 벗어버리고 비범의 속살을 드러내는 것 같다'는 소설 속에서의 말처럼요. 어떻게 보면 참 대수롭지 않은 사건일 수도 있는데요. 언어의 묘미를 많이 느끼며 읽었습니다. 군데군데 오자가 발견된 것 외에 달리 할말은 없습니다. 참 그런데요, 선생님, <6/7>쪽에 <비비드하게>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말의 뜻을 모릅니다. 제가 좀 무식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