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금희님의 다양한 시도-탈출과 화해 사이 > 작품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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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23 17:42

남금희님의 다양한 시도-탈출과 화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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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올린 4편의 시를 모두 읽어보았다.
진작부터 나름대로 읽은 느낌을 올리고 싶었다.

제각기 개성이 강한 4편의 시가 어느 한 주제로 향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바로 현실의 탈출, 바로 자신의 욕망으로 돌진하는 것과 그것으로 인해 비어있을 공간에 대한 위로와 화해 이런 것이었다.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면 시를 제대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너무 자의적인 이해를 앞세우면 시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같은 회원으로서 그저 무모하게나마 이해하고 싶어한 애정으로 봐주면 좋겠다.

<<우포늪>>은 <슬픔을 내게 던져라> <나는 아무렇게나 괜찮다> <나는 무정한 것이 아니고 너를 사랑한다>는 말로 우포늪의 대단한 포용을 나타낸다. 다소 호전적이다라고 느낄만큼 억센 표현이 참으로 비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너는 텅 비도록 통곡해라> <텅 비도록 귀 기울여라> 반복되는 이 두 행의 너는 우포늪 자신이다. 이 시를 이끄는 1인칭의 나는 바로 2인칭의 너를 나타낸다. 천만년 아무렇게나 괜찮은 우포늪, 즉 나는 자아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타자의 욕망, 휘어진 목숨의 때를 배설하라고 윽박지르지만 그건 이미 타자가 아니라 동일시된 자신을 말하는 것이다.
우포늪은 정적인 식물성이 아니라 길길이 날뛰는 동물적인 우포늪,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우포늪이 되어 자신처럼 욕망을 가진 타자를 감싼다. 타자와의 포용과 화해로 우포늪은 앞으로도 더 오래 세상을 견디게된다.

<<청암사 눈꽃>>은 바로 이 우포늪과 가장 비슷하다. 3연의 기가 막힌 표현 <검은 머리 방울새 만삭의 배를 안고 하염없이 눈꽃을 털며 돌아갈 자리를 묻는다>는 우포늪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있다. 여기서도 주저앉은 눈꽃 사이에서 욕망을 잉태한 새가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 <묻는다>.
<<우포늪>>에서의 <통곡해라>와 비슷한 의미로 씌여졌다. 묻고 통곡하면 귀 기울이고, 나아가 사랑한다. 화해로 자신을 약진하는 시인의 근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가출과 출가>>는 일탈을 기도하는 자신의 욕망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대안없이 그저 무거운 욕망덩어리를 신문가십거리처럼 추락시키면서도 일탈자를 변호한다. 헛방질의 상실감을 만회하고 싶어하는, 인생의 터닝포인터를 만들고 싶어하는 여자들의 사회적 소외감을 조심스럽게 고발한다. <벽공무한>은 탈출하는 절실한 희망이기도 하고 유토피아이기도 하다. 다소 무책임한(감상적) 유토피아이긴 하나 사회로의 편입보다 더 큰 자아를 찾기 위한 탈출기제로 쓰여지는데 기여한다.

<<구멍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읽은 시이다.
여기서 <구멍>은 <방>과는 다르다. 방은 막혀있지만 구멍은 소통되어있다. 구멍을 통해 우주의 지붕에라도 날아오르고 싶은 화자인 나는 자신의 구멍 속으로 들어온 낯선 사람들에 의해 피 흘리고 음습해졌으나 구멍이 마치 세포분열하듯이 다른 구멍들을 낳게되고 이런 구멍들이 복잡하게 얽혀진 그 틈을 빠져나오느라 푸른 가슴 한 쪽을 잃게 된다.
이 구멍은 탈출의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고 탈출자를 옥죄는 방해자이기도 하다. 우주의 침묵을 이해하는 블랙홀, 이 세상의 모든 구멍들에 대해 시인은 낙관적으로 예언한다.
푸른 가슴이든 절뚝이든, 침묵 속에 꽃을 피우는 구멍으로 향하는 여정이 밝게 느껴진다. 탈출을 기도하기는 하지만 폭력적이지 않고 화해하며 이해하려드는 시인의 미덕이 그대로 반영된다.
<어떤 것을 삼켜도 꿈쩍않는, 쭈글쭈글한 그 구멍>은 바로 우리들이 살아오면서 겪는 복병일 수도 있고 자신이 파놓은 함정일 수도 있다.
더 큰, 더 깊은 세상을 향해 기꺼이 구멍을 포용하는 시인의 여유가 느껴진다.

남금희님은 다양한 시도를 한다. 형식이든 주제든 자신의 감정을 확신하고 밀어부친다. 절대 의심하고 회의하지 않는다. 그 대신 직설적으로 묻고 대답한다. 자신의 힘을 믿고 있다. 자의식에 기대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좀 더 자신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아쉽다. 자기 속에 함몰된 이기적 자아에서 좀 더 존재론적 자아로 연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인이 자주 쓰는 <나>라는 주어가 바로 자기애의 극치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나>가 성장을 멈추는 게 아니라 좀 더 폭넓은 곳으로 이행되길 바란다.

***많이 미흡한 비평이다. 시를 해칠까 저으기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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